제주살이

제주살이 일기 #19_ 연북정의 노을, 유배 선비들의 그리움을 떠올리다

허멜 표류기 2025. 8. 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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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천관과 연북정, 그리고 관탈도.
조선시대 유배 선비들이 임금을 그리워하던 역사의 자리에서,

오늘은 고즈넉한 노을을 마주합니다.


조천관&연북정,
임금을 향한 충정의 자리


오늘 저녁, 제주의 동쪽에 있는 조천의
**연북정(戀北亭)**에 올랐습니다.

바다는 노을이 물들고, 파도는 잔잔히 여름의 끝자락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연북정은 조선시대 조천관(朝天館) 옆에 세워진 정자입니다.

해질녘의 연북정 풍경


조천관은 중앙 관리와 중국 사신들을 맞이하던 **객관(客館)**으로, 조천포구는 당시 제주와 육지를 잇는 중요한 관문이었다고 합니다.

연북정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유배 선비들이 북쪽 한양을 향해 절을 올리며 충정과 그리움을 표현하던 장소였습니다.




관탈도, 바다 위에서 올린 마지막 절


그 길목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바로 추자도와 제주 사이의 작은 섬,
**관탈도(冠脫島)**입니다.

추자와 제주 사이, 관탈도


조선의 관리들은 유배길에 이 섬을 지날 때
갓을 벗어 임금을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 위였지만, 그 의식은 충절과 그리움의 마지막 표현이었습니다.


오늘의 연북정, 고즈넉한 노을 풍경


오늘 연북정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은 옛사람들의 충정과 그리움을 잠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아주 고즈넉합니다.
•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
• 가족과 연인이 사진을 찍는 모습
• 한적한 여름 끝자락의 평온함

포구에 앉아 노을을 즐기는 사람들 (아직 더운 여름이지만 다들 차에서 내려 포구에 조용히 앉아서 바다와 노을을 느끼네요)

한 쪽에선 낚시도 하구요


임금을 향한 절 대신, 오늘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오늘 들런 연북정은

말없이
아주
고즈넉했습니다

사람들도,
바다도,
하늘도,
연북정도



시간의 겹침, 제주의 특별한 순간


바람에 실린 옛사람의 애틋함과 오늘의 평온이 교차하는 순간, 제주의 시간은 겹겹이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조천관과 연북정, 관탈도에 얽힌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제주의 바다와 노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기억으로
다가왔습니다.


번잡한 일상에 지치신 분들
한 번쯤 해 질 녘에 이곳에 들러서

연북정의 고즈넉함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연북정이라는 이 공간이 전하는
또다른 제주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연북정에서 바다를 내려보며

연북정 앞 포구에서 바라본 태양과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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