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제주살이 일기 #28_ 29달러 텐트와 나의 캠핑 이야기

허멜 표류기 2026. 5. 1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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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개국, 5개의 국립공원을 함께한 작은 텐트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월마트에서
29달러짜리 1인용 텐트를 하나 샀다.

목적은 단순했다.
그랜드캐년에서 하루 캠핑을 해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그저 “싸니까 하나 사보자”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텐트와의 인연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월마트에서 약 29달러에 구입(2023년)



미국 그랜드캐년에서 시작된 그 텐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 지리산 국립공원
* 덕유산 국립공원
* 제주 김녕
* 한라산 국립공원

그리고 일본 출장길에는
혼자서 반다이 지역 국립공원에서도
함께했다.

어느새
3개 나라, 5개의 국립공원을 함께 다닌
셈이다.

29달러짜리 저가 텐트라 내구성은 분명
부족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동안의 여행과 바람,
밤공기와 기억들은
그 텐트 안에서 충분히 만들어졌다.

그랜드캐년에서(canyon village camp ground)
지리산에서(달궁야영장)
제주도에서(김녕야영장)
덕유산에서
일본 반다이국립공원에서(호토리노아소비바 캠핑장)


2.

바람에 눌려 부러진 폴대


얼마 전 제주 김녕 야영장에서였다.

타프 아래에 텐트를 쳐두고
하루 종일 밖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왔는데
강한 바람 때문인지

타프 한쪽이 무너져 있었다.

문제는 그 타프가
텐트를 그대로 누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급히 텐트를 세워보니
텐트 폴대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아마 저가형 유리섬유 폴대라
압력을 견디지 못했던 듯하다.

사실 정확한 상황을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너진 타프 아래
눌려 있던 텐트와 부러진 폴대를 보니
대충 상황은 짐작이 갔다.


3.
빨대와 청테이프로 응급수리


밤은 늦었고
당장 철수하기도 애매했다.

우선 근처 마트로 가서 청테이프를 샀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휘어져야 하는 부러진 폴대를 그냥 청테이프만으로 붙이면 안 되겠는데?”

마트를 나오며
구부러질 수 있는 연결 재료로
빨대를 몇 개 얻어왔다.

부러진 폴대 부분에 빨대를 덧대고
그 위를 청테이프로 감아 응급 복구를 했다.

조심스럽게 다시 텐트를 세워보니
신기하게도 자립은 가능했다.

빨대가
신의 한 수 였다



조금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그 밤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4.
새 텐트를 검색하다


캠핑을 자주 다니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피엘라벤의 Fjällräven 아비스코 돔 2를
추천해주었다.

유튜브 등을
검색해보니
좋은 텐트라는 건 알겠다.
디자인도 멋지고
바람과 비에도 강하다고 한다.

다만 가격도 꽤 강하다.


검색창을 켜놓고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5.
비싼 텐트가 정말 나에게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예보상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한 날에는 캠핑을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주 낮은 확률의 거친 환경을 위해
큰 비용을 들여야 할까?

물론 좋은 장비는 분명 편하고 안정적이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도
훨씬 든든할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나는 이미
29달러짜리 텐트 하나로
3개국과 여러 국립공원을
다니지 않았던가?”


어쩌면 캠핑의 본질은
장비의 가격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비싼 텐트는
또 다른 걱정을 만든다.

혹시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혹시 훼손되면 어떡하지.

아이러니하게도
장비가 좋아질수록 마음은 더 자유롭지 못해질 수도 있다.


6.
지금 주문하면
토요일에는 도착한다고 한다.


여전히 고민 중이다.

29달러 텐트를 재구매해서
폴대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이제는 새로운 텐트와
또 다른 시간을 시작할지.

부러진 폴대 임시로 보강(빨대를 넣어 연결, 청테이프로 보강)
철수 전에 한 컷(다행이 폴대 연결부는 무사했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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